공부 관련

멘사회원과 그 동기에 관해서

시봉반 2020. 2.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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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멘산(멘사 회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사실 회원이 된 계기는 매우 사소했다.

 

  1. 사주를 보러갔는데 어떤 곳에서는 머리가 좋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머리가 나쁘다고 하였다.
    (박사과정은 꽤 긴편이므로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에 예민해져서 사주를 보러 많이 다녔음.)
    어느 쪽 말을 믿어야할 지 몰라서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그게 멘사였다.
    멘산이 된다면 적어도 머리가 나쁘진 않은 것 아닌가?

  2. 박사 과정에 진학할 때는 크든 작든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찌되었든 대학원이라는 곳이 최저시급이나 주52시간 근무와 동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연구말고도 생활 면에서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필자의 경우도 부모님께 동의를 구해야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부모님은 나의 머리가 좋지 못해서 남들이 하는 거에 2배, 3배만큼 열심히 해도 학위 취득을 못 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를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 멘사 시험을 치뤘다.
    그 어느 것보다도 멘사 회원증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떨어졌다면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점쟁이의 말을 판가름하고, 부모님한테 '내 머리가 그닥 나쁜 편은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멘사 시험을 치룬 것이다.

 

시험은 매달 있었는데 지역이 달랐다.

필자는 그나마 가까운 서울에서 시험을 치르고 싶었는데 2달 후에 시험 일정이 있어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한 달 정도 후 테스트 신청 기간 첫날에 바로 신청을 하고, 시험 보기까지 또 한 달 정도를 기다렸었다. 이렇게 총 두 달.)

 

멘사 테스트는 선천적인 지능을 테스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붙을 사람은 붙고, 떨어질 사람은 뭘 해도 떨어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딱히 큰 준비는 하지 않았다.

 

단, 나무위키에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헝가리 멘사 샘플 테스트를 치르긴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스웨덴 멘사 샘플 테스트 : https://mensa.dk/test-din-iq

 

Test din IQ | Mensa Danmark

Foredrag, samtaler, spil, nysgerrighed, interessefællesskaber, højt til loftet. Cafe-besøg, ferier, rejser, hyggeaftener. 130.000 medlemmer i et international netværk spredt over 100+ lande.

mensa.dk

덴마크 멘사 샘플 테스트 : https://www.mensa.se/bli-medlem/provtest-r1//

 

Provtest

Provtestet består av 24 uppgifter och tidsbegränsningen är satt till 10 minuter. Börja med att studera exempeluppgifterna mycket noga. I varje upp...

www.mensa.se

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멘사에서 문제 유출 및 힌트는 절대 금지라고 너무 겁을 줘서 더 자세히는 말하지 못함....)

이 정도는 나무위키에도 나와있는 정보이니 괜찮겠지....??....

 

현재 한국에서 멘사 시험은 한 인생 당 총 3번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렇다고 연속으로 3번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 탈락을 했다면 1년의 쿨타임이 존재한다. 즉, 1년이 지나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을 보면 보통 한번에 붙는 것이 대부분이다.

두번째에 붙었다고 하면 꽤 희귀한 타입으로 유니크한 시선을 얻을 수 있고(사실 그냥 '오 두번째에 붙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다...), 세 번째에 붙었다면 레전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번째에 붙었다는 사람은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인생에 3번, 1년 쿨타임.

무조건 합격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 시험보는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필자는 서울에서 시험을 봤는데 양재시민의 숲 근처 멘사 사무실에서 봤었다.

 

시험이 끝난 후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자면.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문제는 생각보다 어려웠으며, 끝나고 나서의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느낌이 아니라 쏟아붓다가 끊은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는 멘사 컴퓨터용 싸인펜이 들려져 있는 채로 버스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결과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합격이 나와서 그 길로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박사과정을 하겠다고 소리쳤었다.

요즘도 주는지 모르겠지만 시험볼 때 싸인펜을 주고, 기념으로 가져가라고 했다. 멘사 회원증 앞, 뒤인데 뒤는 이상한 모양으로 멘사라고 쓰여있다.

사실 나는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자식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할 정도면 다 이유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남는 돈이 좀 있고, 시간도 조금 있고, 별 노력없이 자격증 비스무리한 것을 따고 싶다면 멘사 테스트를 강추한다.

 


 

만약 합격했다면 사무실이나 다른 공적인 곳에 주소를 적어놓고 회원증 및 회지(MENSA JOURNAL)를 받자.

그리고 실수로 주소를 잘못 적은 척하거나 '불합격 통지서 부모님한테 보여드리기 싫어서 여기로 했는데 합격했네.' 라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자. (사실 테스트 결과는 홈페이지에서 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대부분 모르고, 안다고 해도 본인은 몰랐다고 하면 된다.)

의외로 본인이 멘산임을 밝힐 기회는 많지 않다.

난 천재가 아닌데 천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멘사 혜택이 너무 없다.

테스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티를 내야겠다 싶으면 위의 방법이 제일 좋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는 타인이 뿜어내는 질투, 시기, 경쟁 심리가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내가 멘산임을 몰랐을 때보다 알고 난 후에 인간 관계가 더 좋아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꼬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멘사 회원이라는 타이틀은 멘산이 아닌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멘산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의미가 크니 그 점을 이용해보자.

 

사실 필자는 다른 연구실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랩장의 자리에 올랐다.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필자가 있는 연구실은 랩장의 권한이 연구실 생활은 물론 그 연구원의 생계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연구실 사람들은 반발이 컸다. (대놓고 모두가 있는 회의에서는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서 교수님께서 연구원들 개인 상담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다.)

당연히 시기, 질투, 경쟁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연구성과 및 반박할 수 없는 실적, 멘산(사실 머리는 나쁘지만...)이라는 타이틀로 방어를 하니 어느 순간 그들은 사과하며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 돌리려고 했다. (술 마시면서 머리 좋은 놈은 모른다는 둥 자기는 열심히 했다는 둥 나보고 노력도 많이 안 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둥 이제는 포기가 된다. 같이 잘 해보자. 라는 형식의 말을 들었다.)

고작 회원증 하나가 이런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허탈했다.

 

만약 이 멘사 회원증이 결정적으로 본인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따도록 하자.

 

필자는 꽤 많은 것들이 해결되었고, 시험을 본 입장으로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멘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자의 경우 진짜다. 겸손?? 블로그에서까지 겸손할 필요가 있을 필요는 없다. 여기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서까지 겸손하지는 않을꺼다. 그냥 어? 내가 머리가 좋은가? 라고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었던 사람은 멘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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